엄마 엄마 엄마 아들은 잘 살아있어요 엄마는 …

엄마 엄마 엄마 아들은 잘 살아있어요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그렇게 사진도 다 태워버리고 갔지만 나는 누군가의 아들이길 포기 하지 않았어요 처마끝에 달린 고드름처럼 한 낮엔 혼자인게 무서워서 자주 울었지만 이렇게 이렇게 잘 살아있어요 할머니도 나한테 막내 아들이라 하구요 고모들도 나한테 아들아들 불러요 친구들 엄마들도 다 내가 아들이래요 회사에도 청소하는 엄마들이 이렇게 많고요 동화쓰던 선생님도 아들 하재요 엄마 엄마 나는 이렇게 엄마가 많은데 엄마라고 한 번도 부르질 못했어요 엄마라고 부르면 나는 누군가에게 덤으로 얹어지는 사과 한 알이거나 구멍을 메우는 진흙이 되어버릴 것 같았어요 엄마 엄마 엄마라는 이름이 어찌나 무서운지 몰라요 엄마라고 발음하면 어김없이 밤이오고 멀리서 멀리서 빙산 하나 뚝 부러지는 소리가 나요 엄마는 엄마이길 버렸지만 아들은 아들이길 버리지 않았어요 엄마 엄마 아들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어서 아들이에요 원망도 용서도 다 잊은 아들이에요 엄마 엄마 아들은 앞으로 많은 엄마들을 위해 망가지지도 못하지만 오늘만 엄마 엄마 실컷 부르며 혼나고 싶어요 엄마 엄마 앞으로 영영 부를 일 없는 엄마 엄마 201901111756 홍강기 친구랑 싸우고 돌아온 날 홀딱 벗기고 큰 고무다라이에서 씻기며 왜 맞고만 왔냐며 파리채로 나를 찰싹찰싹 때리던 어느 저녁 나는 파리채를 견디며 저만치 널부러져 있는 이솝우화 동화책 표지에 그려진 여우의 눈을 멍하니 보고 있던 기억이 난다